의식주(衣食住)와 식의주(食衣住)의 차이
우리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또 ‘목구멍이 포도청’ ‘목구멍에 거미줄 못 친다.’라는 말도 있다.
먹는 문제가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다.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먹는(食)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식(食)과 색(色)을 다 같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으로 보았던 중국 사람들도 그 순서는 단연 식(食)이 먼저였다.
중국에는 ‘백성이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섬긴다(民以食爲天)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역대 천자의 최대 과제는 백성을 어떻게 먹이느냐에 있었다. 적어도 먹게만 해주면 태평성대라고 칭송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식구를 거느렸으니 먹이는 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역사상 중국 대륙에서 식을 완전히 해결한 적은 없다. 1983년에 발행된 중국연감(中國年鑑)에 의하면 1959년에서 1961년까지 3년간 진행되었던 대약진운동이 실패함으로써 당시 우리나라의 인구에 해당하는 무려 2천4백만 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되어있다. 그뿐인가? 1980년 화북지방에 2백일이나 비가 오지 않아 1천4백만명이 기아선상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와는 달리 사천에 홍수가 발생, 이재민이 2천만 명에 달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건국 이래 최초로 유엔의 긴급 식량원조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집착은 대단히 강하다.
흔히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들 때 의․식․주(衣食住) 세 가지를 든다. 그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살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경우를 두고 중국 사람들은 식․의․주(食衣住)라고 한다. 여기에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으로 행(行)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먹는 것 외에는 그다지 신경을쓰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외관에 치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옷이나 집의 화려함을 가지고 그들의 빈부를 따지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짓도 없다. 모택동이나 등소평이 양복을 입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옛날 중화민국의 장경국 총통은 신년 초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종종 점퍼 차림으로 텔레비전에 등장하곤 했다. 화려한 외제차를 굴리는 부자도 점퍼 차림인 경우가 많으며 집도 우리와 같은 호화빌라는 아직 없다. 이렇게 보면 먹는 것에 대한 중국사람들의 생각은 우리와 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먹는다는 것은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생존인 셈이다. 즉 먹는 것이 곧 삶이요 쾌락인 것이다.
이를테면 결혼․회갑․제사․장례․명절․개업식…… 심지어 사업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먹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중국 사람들의 결혼을 보면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진다. 우리처럼 엄숙하고 긴장되는 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예식장은 아예 없고 대신 음식점만 있을 뿐이다. 그런 것쯤이야 공증을 통해 순식간에 해결하고 손님에게는 음식점의 약도와 전화번호가 적힌 청첩장만 보내는 것으로 끝난다. 이때 하객은 우리처럼 축의금을 들고 가는데 반드시 짝수로 해야한다. 이를테면 1만원은 안되고 반드시 2만원으로 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홀수는 조의금을 뜻한다. 이것을 모르고 홀수로 했다가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조의금이라니…… .
식사가 진행되면 부부가 나타나 하객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모든 것은 끝난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결혼식은 아예 야외에서 한다. 그래서 조립식 식탁을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업자도 많다.
보통 한 탁자에 10명이 앉을 수 있는데 보통 3백석 정도는 준비한다. 확실히 그들은 먹는 것에 관한한 세계 제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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